20대의 마지막 날
지나간 날들을 뒤돌아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익숙함이란 축복일까 재앙일까
처음 경험했던
기억들은 언제나 짜릿했다
그것은 첫- 이란 수식어와 함께
두렵기도 슬프기도
행복하기도 설레기도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와 걸음마가 익숙해질 때쯤
눈을 감으면 세상이 멈춘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의문이 들 때쯤
학교에 들어갔고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가 익숙해질 때쯤
사회로 나갔고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다양한 짜릿함을 주었지만
그것에 익숙해질 때쯤 내가 더 이상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느꼈다
익숙함이란 새로운 경험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더 이상 새롭게 경험할 것들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익숙함의 오류에 빠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먹고 산다고
또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의 숫자와
같은 속도로 달려간다고
부정하지 않는다
사회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들은
새로운 자극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기억할만한 경험이 점점 줄며
시간의 속도도 빨라진다고 느낀다
그렇게 다들 익숙함의 오류에 빠진다
익숙함의 오류에 빠져
쳇바퀴 속 다람쥐처럼
의미 없는 공회전을 반복하는
소설의 스토리는 결말이 나지 않았음에도
점점 뻔해지며 흥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익숙함의 오류에
빠지지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여전히
삶에서 새롭게 경험할 것들을 발견한다
그것이 몇십 년을 봐왔던
사람이거나 물건일지라도
그들은 그 안에서 계속 새로움을 발견한다
어린 시절이 아름다웠던 건
그들의 세상이 점점 넓어지며
첫-이라는 수식어가 많아서가 아닌
그 모든 것들을 하며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던 순수함 때문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순수함을 지킨다는 건 쉽지 않다
단지 익숙함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
순수함이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얘기에 울기도 하고
쉽게 행복해지며
그 모든 것들이 얼굴에 드러나고
때론 어린아이 같기도 한 그런 모습이
삶을 더 즐겁게 유지시켜주는 방법일 것이다
너무 철없어 보이는 모습이 아닌
적당히 어른스러운 모습을
적당히 아이 같은 모습을
잘 유지하며
내일부터 다가올 첫 - 30대 인생을
순수하게 살아가고 싶다
다시 소설의 주인공처럼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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