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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y/생각

익숙해진다는건

by 오우영 2020. 12. 31.

 

 

20대의 마지막 날

 

지나간 날들을 뒤돌아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익숙함이란 축복일까 재앙일까

 

처음 경험했던

기억들은 언제나 짜릿했다

 

그것은 첫- 이란 수식어와 함께

두렵기도 슬프기도

행복하기도 설레기도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와 걸음마가 익숙해질 때쯤

눈을 감으면 세상이 멈춘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의문이 들 때쯤

학교에 들어갔고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가 익숙해질 때쯤

사회로 나갔고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다양한 짜릿함을 주었지만

 

그것에 익숙해질 때쯤 내가 더 이상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느꼈다

 

익숙함이란 새로운 경험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더 이상 새롭게 경험할 것들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익숙함의 오류에 빠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먹고 산다고

 

또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의 숫자와

같은 속도로 달려간다고

 

부정하지 않는다

 

사회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들은

새로운 자극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기억할만한 경험이 점점 줄며

시간의 속도도 빨라진다고 느낀다

 

그렇게 다들 익숙함의 오류에 빠진다

 

익숙함의 오류에 빠져

쳇바퀴 속 다람쥐처럼

의미 없는 공회전을 반복하는

소설의 스토리는 결말이 나지 않았음에도

점점 뻔해지며 흥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익숙함의 오류에

빠지지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여전히

삶에서 새롭게 경험할 것들을 발견한다

 

그것이 몇십 년을 봐왔던

사람이거나 물건일지라도

그들은 그 안에서 계속 새로움을 발견한다

 

어린 시절이 아름다웠던 건

그들의 세상이 점점 넓어지며

첫-이라는 수식어가 많아서가 아닌

그 모든 것들을 하며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던 순수함 때문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순수함을 지킨다는 건 쉽지 않다

 

단지 익숙함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

순수함이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얘기에 울기도 하고

쉽게 행복해지며

그 모든 것들이 얼굴에 드러나고

때론 어린아이 같기도 한 그런 모습이

삶을 더 즐겁게 유지시켜주는 방법일 것이다

 

너무 철없어 보이는 모습이 아닌

적당히 어른스러운 모습을

적당히 아이 같은 모습을

잘 유지하며

 

내일부터 다가올 첫 - 30대 인생을

순수하게 살아가고 싶다

 

다시 소설의 주인공처럼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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