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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y/생각7

벚꽃이 피는 계절 봄이 왔다 내 불같은 마음은 아직 피지 못한 너의 마음을 불태웠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 따뜻한 햇살 속에 이제 막 피어나려던 너의 마음은 다시 차갑게 식어버렸다 너무 뜨겁지 않도록 따스히 비춰야 했음을 천천히 다가가야 했음을 그게 곧 배려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후회되는 순간 속에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믿어본다 피우지 못한 꽃은 다음 때를 기다리며 더 진하게 피어나겠지 그땐 내 불같은 마음이 너를 태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가가리 수많은 꽃들 속 앙상한 나뭇가지 하나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너의 마음을 닮아서일까 너의 모습이 보여서일까 너의 자리에 다시 꽃이 피길 걷던 걸음을 멈춰 기다리리 네가 피운 그 꽃에 내가 머물러있길 바라보리 벚꽃이 피는 계절 피어나는 꽃들 속에 아직은 준비되지 않은 너와 그 모습을 .. 2022. 4. 5.
익숙해진다는건 20대의 마지막 날 지나간 날들을 뒤돌아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익숙함이란 축복일까 재앙일까 처음 경험했던 기억들은 언제나 짜릿했다 그것은 첫- 이란 수식어와 함께 두렵기도 슬프기도 행복하기도 설레기도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와 걸음마가 익숙해질 때쯤 눈을 감으면 세상이 멈춘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의문이 들 때쯤 학교에 들어갔고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가 익숙해질 때쯤 사회로 나갔고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다양한 짜릿함을 주었지만 그것에 익숙해질 때쯤 내가 더 이상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느꼈다 익숙함이란 새로운 경험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더 이상 새롭게 경험할 것들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익숙함의 오류에 .. 2020. 12. 31.
돌 닦는 사람 1년에 한번 있는 큰 행사날 뜨거운 햇살을 막아줄 그늘을 만들어주고자 곳곳에 설치한 천막들 그 천막을 지지하고자 길게 뻗은 줄 아래로 날카롭게 튀어나온 지지핀 눈이 안 좋으신 어르신들과 조심성 부족한 아이들이 걸려 넘어져 다칠까 그 위로 올려놓은 큼직한 돌맹이들 매년 이쯤 되면 늘 보던 풍경이였다 그 돌맹이들은 지지핀보다 잘 보였고 누구나 피해 갈 수 있을 만큼 큼직했지만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수많은 길에 놓여있을법한 평범한 돌들처럼 거칠고 적당히 흙 묻은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그런 흔한 돌과 달리 적당하게 흙이 묻어있지 않고 반짝였다 자연스럽게 놓여진 돌을 주워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으로 거칠고 단단한 돌을 거칠어진 손으로 닦았다 어차피 다시 더러워질 돌을 정성이란 말로 닦아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미련하.. 2020. 12. 27.
기술의 속도 2010년대 가장 많이 발전된 물건을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스마트폰을 고를 것이다 기술은 사용자의 소망에 의해 발전해 왔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언제든지 어디서나 듣고 싶다는 욕구는 작은 기계를 놀랍도록 발전시켰다 스마트폰의 발전은 곧 통신의 발달이였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뿐 아니라 곁에 있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줬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새로운 소망을 가지게 되었고 다른 사람이 그냥 내 곁에 있기를 바랬다 2020년대 그 소망은 이제 무엇을 발전시킬까? 교통일 것이다 그 안에서도 주인공은 자동차일 것이다 처음에 단순히 전화만 가능했던 전화기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기존에 알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것이 되었다 전기차의 보급은 이미 우리.. 2020. 12. 23.
잃어버린 세대 부모 세대가 IMF 외환위기를 겪고 자식 세대는 코로나를 겪으며 N 포기하게 만드는 지금 2030 세대를 잃어버린 세대라고도 부른다 희망을 잃었다 꿈을 잃었다 도저히 오르지 못할 것 같은 벽을 바라보며 도전할 용기조차도 도전해야 하는 이유도 찾지 못한다 자신을 원망하는 일도 지쳐 자신의 시대를 원망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2030 세대들에게 지금의 시련은 버겁기만 하다 우리가 어릴 적 나오던 드라마에선 재벌 2세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들을 보며 꿈꾸었다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들의 시대엔 재벌 3세들이 있다 1세대부터 이어져왔던 그들의 부를 이젠 따라갈 수 없다 올해 들어 그 격차는 더 벌어졌다 허무하기까지 하다 한때는 동경의 대상이였던 그들이 이젠 원망과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너무도.. 2020. 12. 22.
어리석을 '우' 어리석을 우 헤엄칠 영 이것이 내 이름의 한자풀이다 어리석은 사람 멍청한 사람 미련한 사람 한때는 그렇게 믿었다 부끄러웠다 이런 내 이름이 시간이 지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있잖아 이 세상에 어리석지 않은 사람은 없어 단지 모르거나 모른척할 뿐 이 이름이 부끄럽지 않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진리를 찾아 나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생을 어리석은 채로 살아갈 수도 계속 찾아갈 수도 이미 찾았다고 착각 할 수도 있다 모두 다 값진 일이다 그것에 만족한다면 말이다 다만 좌절해서는 안 된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어리석음의 바다에서 가라앉지 않고 헤엄치며 나아갈 것이다 어리석다의 또 다른 뜻은 우직하고 고지식하다는 말이다 때.. 2020. 12. 21.
20대를 보내며 사막을 걷는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모래뿐이였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무작정 앞으로 걷기만 했다 ​ 가끔씩 오아시스도 작은 들판도 만났다 그곳은 날 잠시 만족시켜주었지만 내 목적지는 되지 못했다 ​ 난 다시 용기 내어 사막으로 나아가야 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무기력하게 그저 걷기만 했다 ​ 누군가 나에게 너의 20대는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사막을 걷는 기분이였어"라고 해야 할까.. ​ 그렇게 걷다 보니 시간은 흘러있었고 나는 나이가 들어있었다 ​ 오랜 시간 방황하며 내가 얻은 건 지독한 외로움과 내 자신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뿐이였다 ​ 하지만 사막의 밤하늘은 아침의 고통을 잊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것은 날 다시 꿈꾸게 만들.. 2020. 12. 20.